1960년에 들어서서 가장 중요한 문학적 변모는 1950년대의 순수문학적 경향에 대한 반성과 함께 대두한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야기된 창작가의 변모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학적 변모는 한마디로 문학인들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의 변화라 풀이된다. 즉 6·25의 상흔으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적 거리를 갖게 되고 또한 자유당 정권의 부패에 따른 저항 의식 등이 휴머니즘을 기저로 하여 싹터 나오는 등 그동안 순수문학이 견지해 온 문학의 독자성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좌우 대립으로 경색되고 상실되었던 사회적 공리성이 되살아나는 형태였다. 물론 이외에도 서구문학에 대한 관심과 신인들의 기존 문단에 대한 비판도 거기에 한몫을 한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지적해 두어야 할 점은 이러한 전반적인 특징이 모든 작가에게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형성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각기 작가들에게는 이러한 특징 중 특정 측면들이 부분적으로 강조되면서 1960년대 전체를 조망할 때 여러 특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1960년 이후 10년간 창작가는 1950년대의 문학과 불가 분의 관계를 맺고 계승·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변화 속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이전부터 우수한 작품을 써온 작가들이 지속해서 작품 활동을 해왔고, 또한 1960년대에 등단한 신인들도 1950년대 경향의 흔적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1960년대 문학은 1950년대 문학과 질적으로 구별되고, 그러한 비교는 특히 1960년대 중반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4·19와 5·16이라는 사회 변혁의 소용돌이가 비교적 잠잠해지면서 그에 대한 문학인들의 고민과 대응이 본격적으로 행해진 것과 관련 있다 할 것이다.
그 하나의 예로 이른바 196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하는 신인들의 작품 세계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즉 김승옥, 이청준, 최인호 등 내성적·실험적 창작 기법을 과감하게 도입한 모더니즘적 경향에 서 있는 부류와 다른 한편으로 신상웅, 이문구, 방영웅, 정을병 등 정통적인 사실적 수법을 전대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 의식을 보이는 부류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1960년대 문학의 새로운 흐름은 내성적 기 교주의 문학(혹은 모더니즘적 경향)과 시민적 리얼리즘의 문학이라 할 수 있고, 그 이전부터 창작 활동을 해온 작가들의 경향까지 포함하면 전통적 서정주의 문학(혹은 민족주의적 경향)을 또 하나의 부류로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문학과 관련하여 문단이 낳은 가장 충격적인 작품으로 뛰니 뭐니 해도 최인훈의 『광장』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떤 평자는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1960년은 학생들의 해였지만 소설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광장』의 해였다고 할 수 있다 했다. 1960년대 벽두 4·19 혁명으로 탈바꿈한 사회가 변화의 몸살을 앓던 시기에 1960년 11월부터의 발표된 『광장』은 다른 무엇보다도 1948년 이후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소재를 정면에서 다룬 점에서 주목되는데, 분단과 전쟁과 후진국이라는 비참한 역사 앞에 선한 지식인의 오뇌가 깊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남북 분단에 의한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선택의 강요라는 상황, 즉, '밀 실만 충만하고 광장은 죽어버린' 남한에 구토를 느끼고 또한 '끝없이 복창만 강요하는 잿빛 지옥 북한 어느 곳에서도 안식처를 발견하지 못한 이명 준이라는 지식인의 삶의 궤적에서 그의 도피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민족의 비극 그 자체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당시 4.19 열풍 후 젊은 층에 대두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표면화시킨 것으로 작품에 짙게 배어 관념성마저도 탈출구를 분명하게 발견하지 못한 시대 의식의 반영이었다. 주인공은 객관적 현실 상황을 중시하지 못하고 개인적 관념의 세계에 갇혀 있는 인물이지만 당시의 상황으로는 불과 10여 년 전에 조성된 민족 비극의 산물이었기에 그것은 고스란히 현실 자체의 문제로 되돌아왔다. 그런 점에서 관념적 세계, 산뜻한 감성의 세계, 세련된 언어 구사 등을 중시하여 내성적 기교주의라 볼 수도 있지만, 문제 자체의 충격파가 갖는 시대적 의미를 중시하면 사실주의적 작품으로 규정해도 무방하다. 어쨌든 최인훈의 광장이 갖는 이러한 이중적 측면은 1960년대 소설의 주요한 면모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실상 이러한 날카로운 지성의 발흥은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에 항거한 4·19 혁명의 정신적 반영이었다. 그 뒤 곧바로 5·16 쿠데타가 터지기는 했지만 1960년대 작가정신에는 의연히 4·19 정신이 한 뿌리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힘은 과거의 작가에게는 문학적 변모의 한 변수로, 그리고 새로운 세대에게는 첫출발의 계기로 자리 잡힌다. 이를테면 김정한, 이호철, 전광용, 하근찬 등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정을병, 유현종, 이문구, 방영웅, 신상웅, 남정현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 김정한은 1930년대에 등단해서 활동하다가 절필한 후 1960년대 중반부터 다시 활동을 재개한 작가이다. '모래톱 이야기」 (1946), 『인간 단지(1970)에서 그는 섬과 나환자촌을 배경으로 하여 부당한 권력에 침해받는 서민층의 생존에 대한 투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후 그는 계속해서 서민층의 편에 서서 비인간적인 현실 상황에 대한 강렬한 저항을 자기 문학의 본령으로 삼았다.
1960년대에 있어서 이러한 현실비판 문학의 최정점은 남정현에게서 이루어진다. 1965년 3월에 발표한 '분지로 이른바 반공법 위반의 '분지 파동'을 일으킨 남정현은 미국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권력,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을 과감하게 행하고 있다. 특히 분지」는 최근까지도 금기시되었던 외세 문제를 표면화시킨 작품으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매우 예외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직설적인 서술을 피하고 우의적인 수법으로 접근해 들어간 이 작품에서 남정현은 미군 주둔에 의해 파괴된 한 가족의 삶을 통해 외세 문제를 민족 전체의 문제로 끌어올리려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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