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의 소설사적 성격을 구명할 때, 이와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전쟁이다. 그만큼 1950년대는 한마디로 지적해서 인위적인 재난인 전쟁의 시대인 동시에 전쟁 체험과 전후의 분위기가 편재화하는 수난의 시대였다. 따라서 문학이 그 시대의 갈등과 고뇌를 반영한다는 보편적인 현상을 굳이 감안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1950년 이래 한 국 현대소설의 제반 내용과 구조는 6·25의 체험과 영향의 상투적 성격과 기능을 배제해 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6·25는 현대소설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발생론적 배경이다. 6·25는 비단 1950년대의 소설 성격을 규정짓는 데 있어서 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 문학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도 직간접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1950년대는 전 방면이 전쟁에 의해서 전개된다. 이 전쟁이란 바로 1950년 6월 25일에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하여 1953년 7월 27일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전쟁 흔히 '한국전쟁(Korean War)' 또는 '6·25 전쟁'이라고 일컬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 한국전쟁은 전쟁으로서의 일반성은 물론, 이념의 전쟁이면서 동족 살상과 형제 살해(fratricide)의 전쟁인 동시에 참전국이 다원화·국제화한 전쟁이란 특수성이 함께 복합화된 전쟁으로서, 아직도 역사적인 사실로서 완결된 것이 아니라 현재적 상황의 발단으로 연계된 것이다. 이런 전쟁과 그에 대한 온갖 체험이 우리의 정신사나 문학적인 상상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아니 1950년대 소설이 전쟁 체험이나 전후 의식과 깊이 관련된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다. 그만큼 1950년대는 파괴와 폭력이 편재하는 전쟁의 군신 마르스의 시대였으며, 소설의 상상력 역시 이런 전쟁의 두려운 인위적 재난으로서의 파괴성에 의한 피해를 묘사하거나 결여된 인간적인 따사로움의 휴머니티와 평화주의를 고양하는 두 개의 큰 측면을 두드러지게 드러내게 되었다.
1950년대의 소설이 제대로 틀을 잡아나가게 된 것은 그 중엽에서 비롯된다. 물론 그 이전에 해당하는 초반으로서의 전시에도 정훈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이른바 '전선 소설'이라든가 '전쟁소설' 단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형태의 소설들은 전시체제 하에서의 국민적인 에너지를 결집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필연적인 공리성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은 예술적인 창조의 에토스 측면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것은 이들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강한 목적성의 원리에 의해서 자유로움이나 심미적인 가치가 그만큼 양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1950년대 소설의 발생론적인 기반은 수복과 휴전에 이어 폐허로부터 사회적 수습 단계에 들면서 종합지 등의 문화 매체가 등장함으로써 마침내 본격적으로 생성될 수 있었음은 자명해지는 것이다.
이들 문화 매체를 통해서 발표된 1950년대 소설의 상당수는 전쟁이 매트릭스가 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전쟁 체험으로 인해 받게 되는 피해의 비극적인 현장성과 그로 인한 내성한 된 후유증의 환기 및 전후 상황과 의식 내용이 그 중요 성격이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 또한 소설의 시공적인 배경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1950년대 소설을 비롯한 현대소설의 서사적 이야기 형식 내지는 구성법의 상당 부분이 전쟁을 서사의 시간적인 분기점으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전쟁이나 그 전쟁을 표상하는 소리 상징인 '포성', '총성'과 같은 이미지를 원점이나 축으로 하여 그 전과 후가 변화나 서사적인 구간의 분 기점이나 전환점의 한 문법적인 정식을 이루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따라서 이야기의 계기적인 전개가 이를 전후로 해서 분절화됨은 물론 '전'과 '후'의 관계는 기호론적인 체계에 있어서 단절과 이접(離接)의 양극으로서 대립하거나 혹은 변화의 단층화 현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6·25가 분기와 단층의 서사적인 사건으로 관여하는 195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대개가 그 구조에 있어서 네 개의 공통적인 유형 성을 가지고 있다. 그 첫째 유형이 전후의 상황이 분단 대립 또는 단계 대립으로서 이루어지거나, 전후의 상황 성격 의식 행동이 현저하게 변화를 일으키는 단층형이다. 그 둘째 유형은 변화가 다시 제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원상황이 다시 회복되는 수복형이다. 1950년대에 형성되었던 이 같은 서사 구조의 유형은 그 뒤를 따르는 소설에서 이세들로 확장되어 단층의 진행적 지속형과 갈등의 완결적 해소형으로 다시 분화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은 1950년대와 그 이후 소설의 구조에서 기억의 시 공적인 내용으로서, 현재 속에 잠복하여 있는 상처의 근원으로서, 한 인물의 숨겨진 과거의 비밀 저장고로서 그리고 분단과 이산의 근거로서 계속 연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소설의 서사 구조의 축선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전쟁은 정신사에 있어서도 현저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그것은 6-25라는 전쟁 체험을 거치면서 체제나 의식에 있어서나 반공이데올로기의 정신적인 층화(層化)를 증대시키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전쟁의 폭력성을 거부하면서 휴머니즘의 농도를 편재화시키는 시기이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긍정적이든 혹은 부정적이든 간에 당대 문학의 내용과는 불가 분의 밀접한 상관성을 가지며, 또 이 시기에서의 창작의 자유로움을 제한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기 때문에 1950년대의 소설에서 전쟁과 전쟁 체험은 개개의 인간에 대한 교착 상태를 몰고 오는 가치의 파괴자로서, 양극화된 이념의 갈등 및 정의/부정의 이념적인 구조의 함축 원리를 갖게 하기도 하였던 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1950년대의 소설은 설사 삶의 의미 탐구에 대한 문학적인 진지함에 있어서 다소의 한계점을 드러냈다고는 할지라도 유례없는 전쟁 상황에서의 삶과 참혹한 현실에 대한 증언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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